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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산회원도서관 작성일19-03-28 16:20 조회3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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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 그리고 48시간

  • 저자 유은실
  • 출판사 낮은산

그레이브스병과 함께 살아가는 열여덟 살 정음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생겼고 이는 4년간 정음이를 괴롭혀왔다. 튀어나온 눈과 살찐 몸으로, 가만히 있어도 오래달리기를 한 것처럼 피곤한 상태로, 매일 학교에 가야 했다.

건강한 또래들 사이에서 정음이는 매일 약을 먹으며 아픈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동정이나, 충고, 때로는 비난까지 받곤 한다. 그러면서 아픔을 표현하는 말을 잃고 존재를 숨기는 데 익숙해진다.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너 그렇게 우울한 얼굴로 늘어져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피곤해. 좀 웃어라. 너보다 더 아파도 잘 웃는 사람 많잖아. - 30쪽

건강한 이들은 아픈 몸을 ‘비정상’으로 여기고 이겨내야 하는 상태로 쉽게 취급해 버린다. 아픈 사람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정상’인 자신과 아픈 몸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 멀어질까봐 ‘가벼운 병이 있지만 늘 잘 지내는 사람’을 연기하려 애쓰는 정음이를 볼수록 우리가 얼마나 아픈 몸에 대해 무지하고 아무렇지 않게 차별과 배제를 해 왔는지 깨닫게 된다. 정음이가 들려주는 아픈 몸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소중하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상황이라도, 그 안에 어떤 폭력성이 숨어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4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고도 병이 재발하자,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로 한 정음이는 치료 후 48시간이 가장 두렵다. 모두와 2미터 거리를 둬야 하는 그 시간, 숨만으로도 주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그 막막하고 외로운 시간을 정음이는 어떻게 견뎌 나갈까?
모두와 2미터를 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고립을 자처하는 정음이에게 성큼 다가온 이들은 더는 혼자가 아니라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한다. 이들 덕분에 정음이는 잠시나마 위로를 받는다. 정음이는 알고 있다. 앞으로도 깨끗하게 병이 낫는 날은 오지 않을 거란 걸.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