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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내 친구 57권. 산속에 사이좋은 네 형제가 살았다. 색깔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특별한 곳이었다. 형제들은 날마다 안개 속에서 일했다. 보라색 안개 속에서는 첫째가 푸릇푸릇 보리를 키우고, 파란색 안개 속에서는 둘째가 텀벙텀벙 물고기를 잡고, 초록색 안개 속에서는 셋째가 무럭무럭 채소를 가꾸었다. 빨간색 안개 속에서는 막내의 돼지가 쑥쑥 자랐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다들 울긋불긋 안개 색으로 물이 들었다. 첫째는 보라색으로, 둘째는 파란색으로, 셋째는 초록색으로, 막내는 빨간색으로. 형제들은 매일 열심히 일하고 더 진해진 색을 자랑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 어느 날 저녁, 아주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가장 늦게 일을 끝낸 막내가 어떤 색으로도 물들지 않은 채 돌아온 것이다. 막내는 언제나 늘 한결같이 가을 단풍처럼 빨갰는데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