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과 2일 양일간 열렸던 ‘2025 창원 북페스타’에 참가 신청을 하고 나서 이왕이면 우리가 가진 것들을 모두 보여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도서관에서 펴냈던 20여 종 이상의 도서 전시, 자산동 할머니들과 함께 수업해 만들어 낸 결과물인 시화 액자와 그동안 신문에 보도된 꿈산도서관의 활약상을 담은 기사 전시를 계획했다. 좁은 부스 안에 2개의 전시회를 함께 하려니 공간의 부족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활동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속 구절로 부채 만들기, 풍선아트, 도전 곤충 퀴즈 등 체험까지 준비하고 나니 부스 준비가 완료됐다.

하지만, 우리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꿈산극단의 이야기극 공연이었다. 극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기차놀이를 했다. 키 차이가 나지만 어른과 아이가 하나 되고 다 함께 꼬리에 꼬리를 이어서 야단법석, 한바탕 잔치가 이어졌다. 창원 북페스타가 열리는 용지문화공원 꿈산도서관 부스 앞에 관객용 돗자리가 펼쳐지자,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꼬마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먼저 노래로 흥을 돋웠다. 계절과 분위기에 맞는 곡들을 연주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나서 꿈산 이야기 극단의 ‘욕심쟁이 원숭이와 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에 참여한 배우는 세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노련함으로 많은 아이들은 순식간에 이야기극 속으로 빠져들었다.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세 사람이 풀어낸 이 공연은 북페스타의 많은 프로그램 중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나는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하고 출연자들의 소품을 챙기고 도시락을 나르는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러 출연자가 되어 나서서 노래를 부르는 등 동분서주해야 했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힘듦이 오히려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준 즐거운 고생이었다.

무엇이건 하는 게 남는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곤 하지만 행사 하나를 치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창원시에서 이렇게 근사한 잔치 마당을 펼쳐주었고,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활동으로 단련된 배은숙·박향순·정현숙 씨 등 꿈산극단 단원들, 이지영·정옥남·이인희 씨 등 많은 봉사자가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 도전은 우리에게 최고의 보람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나는 짬짬이 다른 부스를 방문해 운영프로그램 체험도 하고 기법도 배우며 김애란·이루리 작가의 강연에도 귀를 기울여 더없이 풍성한 책 잔치를 누렸다.

행사를 개최한 창원시 도서관사업소, 백현희 창원중앙도서관 주무관과 많은 부스와 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우리 도서관 봉사자들 모두의 노력으로 빛나고 아름다운 가을의 이틀이 저물었다.

“세금이 참 제대로 쓰이는 것 같네.” 한 시민의 혼잣말이 귀에 쏙 박혔다. 내년엔 뭘 하지? 벌써 기다려진다.

/윤은주 수필가·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