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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산회원도서관 작성일21-12-01 14:22 조회1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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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 저자 수잔 L. 나티엘
  • 출판사 아마존의나비

이 책은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에게서 자란 열두 남성의 성장기이다. 그들은 자신의 유년기 시절의 고통, 방황, 수치심과 무력감이라는 이야기하기 다소 불편한 영역을 조심스레 들려준다. 정신질환을 앓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저자 자신의 유년기 기억에도 기인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조현병을 앓았으며, 저자의 오빠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정신과 전문의였음에도 어머니의 병증에 대한 책임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슬픔 가족사를 품고 있다. 한국에서만 600만 명이 정신 건강 서비스를 받고 있고, 그중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만도전체 인구의 1%인 50만 명에 이른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자녀가 있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고통을 다룬 책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사회가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정신질환을 보다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되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어, 10여 년 전에 비하면 우울증은 수치스러운 질병이 아니며, 조울증도 대중들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조현병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심하다. 책속에는 아버지의 조현병을 대학 때까지 숨겨 오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자, 친구가 “그거 유전병 아냐?”라고 되묻는 경험이 실려 있다. 막상 당사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입으로 ‘조현병’이라는 용어를 꺼냈다는 사실에 놀라 친구의 반응에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를 남들 앞에 꺼낸다는 자체가 매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정신질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전염병처럼 반응하는 행태를 저자는 ‘연대된 수치심(shame by associations)’이라 정의한다. 전염되는 것으로 두려워한 나머지, 정신질환자뿐만 아니라 그와 연결된 사람마저 피한다. ‘낙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대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부모 중 누군가가 암에 걸렸다고 했다면, 아마도 ‘많이 힘드셨겠다. 요새는 괜찮으시니?’라고 물었을 일이다. 이에 비해 ‘조현병’이라는 말을 꺼내면 ‘너도 곧 미치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신질환이 아이들에게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첫째, 부모의 정신질환을 드러내 말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그에 따른 슬픔, 혼란, 분노의 감정으로부터 혼자 고립된다는 사실과 둘째, 부모와 같이 살아가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와 관심, 그리고 지지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수치심을 극복하여 말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투쟁해야 하는지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편견과 낙인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며 그들로 하여금 어둠을 헤치고 환한 세상으로 나오도록 하는 데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